'박철현'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8.03.16 배움의 기술 - 조시 웨이츠킨

사용자 삽입 이미지
돌이켜 생각해보면 어렸을 적부터 나는 배움을 상당히 즐기는 편에 속했던 것 같다. 여기서 배움은 주로 정신적인 측면에 국한되는데 몸으로 하는 일에는 영~ 소질이 없었기 때문이다. 아무튼 책을 읽는 것, 남의 이야기를 듣는 것 혼자 생각하고 상상하는 일들을 상당히 좋아했다. 초등학교 때 부모님이 사주셨던 60권짜리 위인전기와 40권짜리 SF 소설 전집을 다 읽었는데 그 때 주위에 그 정도로 책을 읽은 친구는 거의 없었던 걸로 기억한다. 중학교 때도 다른 친구들 보다 책을 많이 읽었는데 '삼국지', '수호지'같은 고전이나 염상섭에 '삼대', '노인과 바다'같은 문학 책들도 이 때 읽었다. 고등학교 때까지 또래 친구들 보다 꽤 많은 책들을 읽었고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수능에서도 언어영역에 유독 강했던 기억이 있다. 언어 영역은 항상 만점에 가까웠으니 말이다.


문제는 대학 때다. 요즘은 경제가 어렵고 미취업자가 160만을 넘은 팍팍한 세상이 되어버려서 대학생들도 굉장히 열심히 공부한다고 하지만 나 때까지만 해도 분위기가 지금 처럼 빡센 정도는 아니였다. 그런 환경에서 전공을 컴퓨터공학으로 선택하고 대학에 다니는 동안 컴퓨터에 빠져서 - 주로 PC통신, 게임, PL(Program Language) - 책을 무척이나 등한시했다. 가장 많은 것들을 배울 시기에 (지금 생각하면) 쓸데 없는 데 정신이 팔려서 그만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놓쳐버린 것이다. 대학 내내 읽은 책이라고는 전공서적과 PL관련 책 몇 권이 전부니 말이다.


사회에 나와서 이년쯤 지난 어느 날엔가 내 배움이 크게 모자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세상이 얄팍한 전공지식만 가지고 돌아가는 게 아니라는 사실과 직장을 다니고 돈을 번다고 해서 배움을 멈춰도 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그리고 대학 때 큰 잘못을 저질렀다는 사실도 함께 깨달았다. 지금은 대학 때 잘못 보낸 시간들을 내 삶의 원죄 정도로 생각하고 살고 있다. 그래서 원죄를 씻기 위해 더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고 말이다.


배움은 지금의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 중에 하나이다. 그리고 적은 여유 시간에 하나라도 더 배울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 해 항상 많은 생각을 하고 있다. 그런 와중에 만난 책이 이 '배움의 기술'이라는 책이다. 어느 블로그에 소개된 글을 읽고 흥미가 생겨서 구입하게 됐다. 배움에 대한 하드스킬 - 구체적인 방법들을 배울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갖고 말이다.  저자는 어렸을 적에는 체스로 커서는 태극권으로 세계를 제패한 대단한 사람이다. 본인을 모델로한 책과 영화도 만들어 졌고 지금은 미국의 여러 대학에서 수행심리학에 대한 강의를 하고 있다고 한다. 저자가 이야기하는 배움의 기술 중에서 기억에 남든 것들 몇 가지를 정리해 본다.


발달이론을 믿고 배우라

최고가 되는 문은 매우 좁다. 모두가 농구 스타 '마이클 조던'같이 최고의 자리에 오르길 원하지만 실제로 그 자리에 가는 사람은 극소수이다. 그렇다면 누가 그곳에 갈 수 있는 것일까? 넓은 안목을 갖고 실패를 극복할 수 있는 사람이다. 실패에서 배우고 이를 토대로 더 큰 시련을 이겨낼 수 있는 사람만이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 있다. 지금의 실패를 긍정으로 바라볼 수 있는 자세한 실패를 극복할 수 있는 열정을 갖는 사람만이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 있는 것이다.

무슨 분야든 간에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다면 자기 분야에 최고가 될 것이다.

같은 실수를 반복 적으로 하지 않는 것과 배움의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좌절과 슬럼프를 극복하는 것 그리고 시련을 성장과정의 일부로 바라볼 수 있는 안목을 키우는 것이야 말로 최고로 가는 지름길인 것이다.


소프트 존으로 들어가는 훈련

다른 책에서는 flow라고 표현하는 몰입의 상태를 이 책에서는 '소프트 존'이라고 이야기한다.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 한다면 '소프 트존'은 '자발적으로 영감이 떠오르고 창의적인 생각이 일어나는 의식의 집중 상태'를 말한다. 항상 이런 상태에 빨리 들어갈 수 있도록 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몰입이 경지에 올라서면 정말로 중요한 작은 부분에 정신을 집중할 수 있으며 이는 정보 처리의 효율의 극대화시킬 수 있다. 즉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로 발휘할 수 있다는 말이다.


휴식은 벼락치기 공부보다 더 중요하다.

2주 이상 지속되는 체스 대회에서 승부를 결정 짓는 요소는 밤에 숙면을 취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달렸다.

적절한 시간에 적절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은 결국 중대한 기로에서 성과를 내는 사람과 내지 못하는 사람으로 갈린다는 말이다. 휴식을 취한 사람과 취하지 못한 사람 사이의 성과는 적절한 휴식을 취한 사람이 훨씬 낫다는 연구도 있다. 그만큼 휴식은 중요하다. 하지만 급한 마음에 휴식을 취해야 할 때 쉬지 못하는 사람들을 종종 보곤 한다. 결국 따져 보면 일을 더 많이 하는 것도 아니다. 단 1분의 휴식일 지라도 자신에게 휴식이 필요할 때는 쉴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


위에서 소개한 이 세가지 기술 말고도 많은 이야기들이 나오지만 내 생각에 저자가 말하는 기술의 핵심은 위의 세 가지이다. 정리하면 몰입, 실패에서 배우기, 회복(휴식)으로 구성되는 세가지 기술이다. 굳이 여기에 하나를 더 보태자면 스스로에게 동기부여를 할 수 있는 '열정'이 되겠다. 저자가 체스와 태극권에서 챔피언이 되기까지 최고가 되고자 하는 열정이 큰 원동력이 된 것은 두 말할 필요가 없으니 말이다. 사실 나는 책을 통해서 구체적인 배움의 스킬들을 배우리라 기대했는데 내용이 정신적인 측면을 많이 강조해서 읽는 내내 좀 실망스러웠다. 하지만 책의 원제가 'The Art of Learning' 인걸 보면 저자의 낚시라기 보다는 출판사의 낚시에 내가 낚인 것이니 누구를 원망할 일은 아니겠다. 특이하고 재미난 저자의 삶과 그 삶 속에 배움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들을 그냥 가볍게 읽는다는 생각으로 보면 괜찮겠다.


p.s 책 표지가 흰색에 코팅이 안된 우둘투둘한 재질이라 때가 쉽게 탄다. 보는 데 며칠 걸리지도 않았는데 그 사이에 책이 깜둥이가 돼 버렸다. ㅠ,.ㅠ

Posted By Bee
Posted by 시니어시니어개발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