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영화나 소설책을 평가하는 기준은 단순 명료한데 대단한 거는 아니고 그냥 재미 있느냐 없느냐 이다. (아마 대부분 사람들의 기준일 거다.) 내가 무슨 평론가나 비평가도 아니고 소설이나 영화는 그냥 재미있으면 그만인 거다. 소설하나 보면서 철학이 어떻고 내면적인 심리가 어떻고 하는 게 좀 우습게 보이기도 하고 말이다. 그렇다고 소설을 무시하거나 하는 건 아니다. 그냥 소설이 가져야 할 가장 기초적이고 기본적인 요소가 재미라고 생각하는 것뿐이다.
어렸을 적에 무협지에 빠져서 한 일 이년 동안을 허송세월(虛送歲月)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때 무협지 한 천 권은 읽었던 것 같다. 대본소 무협지는 6~7권이 한 질이었는데 그런 걸 일주일에 2~3질씩 이년 정도 읽었으니 말이다. 읽은 거 또 읽은 적도 많다. 그러고 나서도 무협소설이나 판타지 소설을 꽤 읽었었는데 대학 들어가고 다른 일들에 흥미가 생기면서부터 더 이상 읽지 않게 된 것 같다. 갑자기 무협지, 판타지 이야기를 왜 하냐 면 “퀴즈쇼”에서 어린 시절 읽었던 무협지(판타지) 소설에 대한 향수를 다시 느꼈기 때문이다. 이런 기분 정말 오랜만이다. 그리고 그 기분이 정말 나를 즐겁게 했다.
단순 명료한 내 소설 판단 기준에 따르면 “퀴즈쇼“는 정말 재미있는 소설이다. 책을 읽는 내내 연애하던 시절에 대한 기억과 판타지 소설에 대한 추억들이 나를 설레게 하기도 하고 즐겁게 하기도 했다. 시대적 배경이 내 세대와 거의 일치하고 있는데(주인공이 80년 생이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내 생각이나 느낌을 작가가 훔쳐보는 게 아닐까 하고 느낄 만큼 우리 세대의 감성이나 사고를 정말 잘 표현했다. 작가가 우리 세대보다는 10년이나 앞서 세대인데도 불구하고 자신보다 젊은 세대의 감성을 이렇게나 잘 표현하는 걸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역시 작가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닌가 보다.
물론 설정이 좀 황당하고 주인공 의식이 너무 극적으로 꼴통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긴 했는데 설정이야 소설적 장치로 보면 크게 문제될 게 없는 것 같고 주인공 의식은 아마도 내 삶의 가치관이 정환(극중인물)을 많이 닮아 있기 때문에 그렇게 보이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아무튼, 오랜 만에 그것도 우연히 읽은 소설책 치고는 완전 대박이다. 좋아 하는 소설가가 몇 명 안 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