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보통 지역이나 나라의 문화에 대해서 많이 얘기한다. 문화는 상대적인 관점으로 접근하는 것이 보편적인 방법이지만, 막상 그 문화를 피부로 접하게 되면 문화 충격이라는 단어처럼 이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부분을 접하게 된다. 진중권 교소의 호모 코레아니쿠스는 내가 속해있는 한국이라는 문화를 가능한 한 다른 시각에서 접근해서 말하고 있다.
물론, 진중권 교수 스스로가 '좌파'라고 말하고는 있지만, 굳이 '좌파'의 시각에서 이를 바라봤기 때문에 이 책 내용 전체가 한쪽으로 치우쳤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저자는 현재 한국의 문화나 사회가 아직은 성숙이 덜된 문자문화보다 구술문화에 가깝다고 말하고 있다. 문자문화나 구술문화에 대한 정확한 정의는 잘은 모르겠지만, 그 글자가 의미하는 대로 문서나 활자화된 기반을 가지고 구성원들이 커뮤니케이션을 중시하는 문화를 문자문화라고 하며, 그와 반대로 언어나 감정의 기반을 중시하는 문화를 활자문화라고 한다. 문자는 객관성에 있어서 좀 더 가깝다고 할 수 있으며, 구술은 주관적이거나 감정적이라는 성격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다. 표현의 방법의 문제가 아니라 그 문화가 내포하고 있는 성격으로 보면 맞을 것이다.
예를 들어, 감정적으로 글을 쓴 문자는 표현 방법이 문자이지만, 사실 그러한 표현은 구술문화라고 봐야 한다. 요근래 인터넷 댓글과 관련해서 사회적인 이슈가 되고 있는데, 댓글에 감정이 섞여 있는 글들은 그 기반이 구술문화에 두고 있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문자는 활자로 컨텐츠가 변형할 때 정화되고 정리되는 형태의 표현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객관성을 띨 수 밖에 없다.
저자가 습속이라는 의미의 하비투스로 표현하고 있는 한국의 습속은 이러한 구술 문화의 기반된 컨텐츠들이 다분히 많다고 보기 때문에 여러가지 사회적인 현상을 문자 문화와 대비해서 보여주고 있다. 물론, 문자 문화가 더 좋고 구술 문화가 더 나쁘다라는 의미로만 이야기하고 있지는 않다. 예를 들어, 음식점이나 식당에서 식사를 할 때 한국 사람들은 쩝쩝대거나 후르룩대는 소리를 문자 문화하고 비교하면서 이야기 하고 있는데, 저자 자신도 한국에 와서 보니 어느덧 이러한 문화에 익숙해지고 또 그런 문화가 더 몸에 맞는다고 말하고 있다. 사실, 나도 예전에는 미처 눈치채지는 못했는데, 요새 음식을 먹으면서 의도적으로 이러한 소리가 가끔 들려 문득 이 책의 내용이 생각나곤 한다. 하지만, 나도 한국사람이라 굳이 그러한 소리가 귀에 거슬리지는 않는다.
토머스 길로비치는 '인간 그 속기쉬운 동물' 이라는 책에서 문화에 대한 내용을 말하고 있는데, 그 중에 일본 문화에 대한 내용이 있다. 19세기 서양사람들이 본 일본은 '사람들이 게으르며 천성이 약하다' 라고 말하고 있는데, 이는 '부지런하고 꼼꼼하기'로 알고 있는 지금의 모습과는 매우 다르다. 사실 지금 일본의 문화를 말하는 것도 메이지 유신 이후로 서양 문화를 받아들이고 전후 많은 노력을 한 결과 때문에 그 문화를 그렇게 바라보는 견해일 수도 있다. 따라서, 어느 한 국가나 사회의 문화는 보는 사람에 따라 달리 표현될 수 있으며 이러한 내용이 전파성에 의해서 전해질 때 다른 형태로 선입관을 가질 수 있음을 말하고 있다.
문화가 1세기만에 바뀌기는 힘들고, 사회적으로 새로운 개념이나 통념들이 파급효과가 그 이전보다 크게 작용할 때 외부에서 보기에 그 문화가 바뀌었다고 바라볼 수 있다. 물론, 이것이 문화가 바뀌었다는 주장을 할 수도 있는 증거일 수도 있겠지만, 전후 급격한 변화가 그리 심하지 않았던 서구사회와 서구의 문명을 재구성이나 순화없이 받아들여만 했던 동양의 사회는 분명 모양은 쫓아가는 형태이지만, 그 습속 만큼은 어딘가에서 표현되고 이러한 표현들이 외부에서 보기에 낯설게 느껴질 것이다. 이러한 사회적, 정치적인 현상을 배제한 채로 문화의 우수성을 따진다는 것은 쓸데없는 논리일 수 있으며, 그 독특함을 상대적으로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할 따름이다.
이책은 토론을 통해서 많이 알려진 진중권 교수의 단면을 볼 수 있는 책 중에 하나이며, 그가 이 사회를 바라보는 관점이 결코 낯설지 않다는 것은 나도 그가 이야기하고 있는 대부분의 것을 공감하고 있다는 반증일 것이다. 어찌보면 많은 안티팬들을 가지고 있지만, 그에 못지 않게 그의 이야기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을 하는 이유는 그도 이 사회의 일원이면서 이 사회가 좀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이 더 큰 것일런지도 모른다. 나로써는 '미학'이라는 낯선 분야에 대해서 대중들에게 알리는 그의 노력을 높이 사고 싶다.

written by Elvis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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